Taeseong Blog

남비티아이 서비스 배포 회고

2025-08-11

회고사이드 프로젝트
초기 와이어 프레임
(처참한) 초기 와이어 프레임

계기

직전 회사에서 친했던 동료 두명과 매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간단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다.

마침 스터디가 조금씩 루즈해지고 있던 시기라 모두 흔쾌히 동의했고, 이후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타깃과 수요가 명확하고, 빠르게 개발해 MVP를 출시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기간이 길어질 수록 점차 열정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ㅎ)

그 과정에서 나온 여러 아이디어 중, "타인이 나의 MBTI를 맞춰보는 서비스"라는 주제가 나왔고 우리의 조건에 딱 부합하다고 생각해 주제를 픽스했다.

그 후에는 MBTI 설문지 작성, 와이프레임, 개발 초기 세팅 등 각자의 역할을 나눠 빠르게 시작했다.

매주 두번의 정기 회의와, 매일 톡방에서 떠들기(?)와 함께 조금씩 프로젝트의 모양을 갖춰갔다.

이거 내 MBTI랑 다르게 나오는데?

MVP 개발까지 순조롭게 진행을 하고, 주변 반응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사이트를 공유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자신이 알던 MBTI와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MBTI 설문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문항 수를 기존 20개에서 30개로 늘려봤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질문수를 20개로 유지하되, 질문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

지인에게 받은 피드백 지인에게 받은 피드백
지인에게 받은 피드백 (Thx to 사회학 학사)

질문지를 수정해가며 어느정도 MBTI 결과가 제대로 나올 때까지 지인들에게 테스트하는 것을 반복했다.

다행히도 이 과정을 통해 어느정도 설문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우리는 바로 서비스 배포에 돌입했다.

가장 저렴한 도메인을 구입하여 vercel에 연동하고, 나름의 홍보 문구를 작성하여 SNS와 플랫폼들에 홍보했다.

트래픽 공격이나 예기치 못한 바이럴로 인한 과도한 리소스 사용을 방지하고자, 사용량 초과 시 자동으로 리소스가 제한되는 Vercel 호스팅을 선택하였다.

배포와 디버깅,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은 반응

진짜 문제는 배포 이후부터 시작됐다.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설정할 때 검증하는 로직을 넣어놨음에도 불구하고 DB에 이상한 값이 저장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MBTI의 경우, 16가지 유형(ISFP, ENTJ 등)만 선택 가능하도록 클라이언트에서 체크를 해뒀는데도, 전혀 엉뚱한 값이 저장되거나, 이름을 5자 이내로 제한했음에도 10자 이상인 문자열이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심지어 동일한 데이터로 100개의 네트워크 요청이 연속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 원인은 검증 로직이 클라이언트 단에만 존재했고, Next.js 서버에서는 이를 전혀 검증하지 않았던 것이다. 브라우저 환경이 아닌 곳에서 curl 같은 명령어로 요청을 보내면, 모든 제한을 우회한 채 그대로 DB에 저장되는 구조였다. (창피합니다)

네트워크 공격 네트워크 공격
수치스러운 네트워크 공격..

급하게 서버 검증 로직을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슈를 막 고치자마자 이번에는 삼성폰에서 입력이 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들어왔다.

삼성폰 버그 삼성폰 버그

이외에도 여러 버그 제보가 들어왔고, 그때그때 빠르게 대응해 나갔다. 지인이나 혹은 지인의 지인들이 내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들뜬 마음으로 개발을 이어갔던 것 같다.

버그를 고치는 일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서비스에 대한 반응과 기능 추가 요청이 이어지고, 그에 맞춰 기능을 수정하면 또다시 새로운 반응이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서비스에서는 자신의 MBTI를 공개할지 비공개할지 선택할 수 있는데, 비공개를 선택하면 다른 사람들이 MBTI를 추리한 뒤에도 링크를 만든 사람의 실제 MBTI를 알 수 없다. 나는 설문에 성심껏 응했는데 내가 맞혔는지 틀렸는지 모른다면 힘이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공개/비공개 선택 화면에 **“공개하면 친구들이 MBTI를 맞혀보는 재미도 더해져요!”**라는 문구를 추가했더니, 실제로 공개를 선택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반대로, 특정 사용자의 남비티아이 링크에 들어가면 ‘MBTI 추리하기’와 ‘그 사용자의 남비티아이 결과 보기’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만약 내가 링크를 만든 사람이라면, 친구들이 결과만 보고 추리를 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추리를 하지 않고 바로 결과를 보려 하면 한 번 더 추리를 유도하는 모달을 띄워 참여를 유도했다.

서비스 사진 서비스 사진

이외에도 '누가 내 MBTI를 추리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름을 수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고, 당장 개발이 가능한 것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빠르게 기능을 추가해 나갔다.

그 결과, 단 3일 만에 500개의 설문 링크가 생성되고 1,500명이 참여했으며, 조회수는 만 회를 돌파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캡처
8월 5일 배포, 8월 8일의 활성사용자 (구글 애널리틱스)

글을 쓰는 지금도 많은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 우리가 한 것은, 배포 당일 지인들에게 알리고, 블라인드와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린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링크 생성이 꾸준히 이어지고, 사람들이 추리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다. 이는 서비스가 나름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링크를 공유하며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개발했고, 평소에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B2C 서비스를 작게나마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쌓인 피드백을 반영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배포할 계획이다.

업무적으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